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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엔메세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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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1 / 19
미디어엔메세 사옥


제이엠와이 아키텍츠 


Reviewer A
건축가가 일관된 조형을 만들어냈다. 얼핏 보기엔 낯선 조형인데 이상하지 않게 만들어낸 능력이 돋보인다. 좁은 면적을 활용해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저층부에 창이 없는 것은 답답해보인다.

Reviewer B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건물의 볼륨감이다. 균형이 있어 좋아 보인다. 노출콘크리트처럼 보이지 않게 한 외장재의 처리 역시 눈길이 간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작업으로 보인다. 



유예된 꿈의 기호
조한(홍익대학교 교수)
 
제이엠와이 아키텍츠의 근작 미디어엔메세 사옥은 미루어진 꿈들로 가득하다. 너무나 완벽하게 완성된 것 같은 형태를 눈에 담고 내부로 들어가면, 수많은 유예된 꿈들과 마주하게 된다. 막 거푸집에서 뜯어낸 것 같은 아무런 마감도 없는 거친 시멘트 계단이 방금 페인트를 칠한 것 같은 새빨간 벽을 배경으로 지그재그로 가로질러 올라가는가 하면, 2~4층 사무공간 유리벽 밖에는 ‘녹색의 꿈’을 이루지 못한 노출콘크리트 벽이 유로폼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채 거대한 담장처럼 서 있다. 녹색 덩굴이 가득했을 야외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창이 대신하고 있고, 5층 테라스 유리난간 밖에는, 조경용 관수 파이프의 끝이 무심하게 튀어나와 이리 꺾이고 저리 꺾여, 아무 곳으로도 물을 흘려보지 못한 채 녹색의 꿈만 간직하고 있다. 
아무런 풍경도 보이지 않는, 유리창 한가득 노출콘크리트 벽만 보이는 층들을 지나고 있으면, 여기가 몇 층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 없다. 지하인지 지상인지도 알 수 없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만들고 있다. 5층에 다다르면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았던 콘크리트 장막이 사라지고, 투명한 유리난간 너머로 수많은 지붕으로 이뤄진 우리네 삶의 세계가 펼쳐진다. 수많은 색깔로 얼룩진 풍경과 달리, 유리난간 안쪽의 테라스 공간은 아무런 마감도 없이 미끈하게 방수처리된 채 2개 층을 더 올라간다. 이 바닥엔 그 흔한 방부목도, 잔디도 없다. 아무것도 없이 깔끔하기만 한 이 바닥은 방금 지나친 공간처럼 또 다른 이루지 못한 꿈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느 공간에 서 있든 도달하지 못한 어떤 이상향을 지향하게 한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이상향이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건축가 윤재민의 특별한 작가적인 의지가 개입되었다기보다는, 여러 건축가와 시공사를 거치면서 어쩔 수 없는, 부족한 공사비로 인해 현실적인 타협이던 듯하다. 하지만 덩어리에서 면과 선으로 전이되는 외부 형태나, 미완(未完)과 극완(極完)이 대치하는 계단실이나, 내향적인 사무공간과 외향적인 테라스 공간이 극단적으로 적층된 내부공간은 끊임없이 우리를 흔들어댄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상태의 ‘젊은 노예’, ‘노예들’, ‘피에타’처럼, 미디어엔메세 사옥은 불가능한 ‘완성’ 대신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생각의 추상화와 물질 사이의 관능적인 교류”▼1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 프랑스 유학길을 나섰던 건축가는, 칸딘스키(1866~1944)의 후기 작품에 끌렸다고 한다. 특히 오묘한 유기체들이 푸른 공간에 퍼져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Sky Blue’(1940)를 예로 들며, “언어화할 수 없는 뇌 속의 이야기들을 그림기호로 완성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업에서 건축가의 ‘타협’은 어정쩡하게 건축적으로 ‘언어화’하거나 ‘정형화’하는 것이 아닌, 아예 떼지 않은 발걸음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떼지 않은 발걸음과 내지른 발걸음 사이의 간극에서, 우리는 때로는 과거를 기억하려 하고, 때로는 현재의 자극에 반응하고, 때로는 미래를 상상하며, 또 다른 움직임을 준비한다. 들뢰즈(1925~1995)가 『시네마 1: 운동이미지』의 서문에서 인용한 찰스 샌더스 퍼스(1839~1914)의 비언어적 기호학처럼, 이 작업은 특정한 언어로 정형화할 수 없는 어떤 움직임을 촉발하는 또 다른 ‘기호’이다.

조한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09년 젊은 건축가상, 2010년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며, 한디자인 대표로서 건축, 철학,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관계 풀기
조성욱(조성욱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 윤재민을 알게 된 건 몇 해 전 부산에서였다. 여러 해 동안 진행하고 있는 계획안과 그것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걸 보면서 그의 첫인상과 완공된 작업의 이미지를 겹쳐봤다. 자잘하게 빚어내기보다 단칼로 무 자르듯 일필휘지로 쳐내는 매스의 구성, 다양함과 복잡함보다 절제에 의한 극적 공간 연출, 세련되고 세심하게 고민된 입면의 점·선·면. 이 작업도 비슷한 맥락이어서 새롭진 않았다. 그러나 주어진 제반 조건을 이용해 디자인을 도출해낸 건축가의 뇌를 분석하고 싶었다. 좁은 골목과 사선제한 등 각종 규제는 서울 시내라면 어디나 있는 물리적 악조건이다. 크지 않은 건물에 주거·상업·업무의 프로그램을 모조리 넣어야 하는 상황, 그러면서도 제한된 비용의 뻔한 사정에도 건물 구석구석까지 놓치지 않고 디자인을 끌어간 속사정이 궁금했다. 
마름모꼴 대지는 건물을 정면이 아닌 좌·우 모서리에서 잘 보이는 축으로 차량과 보행의 접근이 이뤄진다. 차체를 옆으로 살짝 돌려 촬영하는 자동차 광고처럼 대지의 형상으로 얻어걸린 건물의 ‘얼짱 각도’인데 그것을 의식한 것일까, 1층 위로 부유하는 묵직한 덩어리는 전면도로와 평행하고 1층은 사선도로의 축으로, 즉 매스와 45도 틀어져 차와 사람을 맞이한다. 
모형과 차이가 있다면 외벽이 흰색이 아니라는 점이다. 애초 흰색 스터코로 계획되었으나 비용상 이유로 콘크리트 골조면 위로 노출 보수만 했다. 마치 주변 건물의 통일되지 않은 외벽 색을 모조리 통에다 담고 흔들어 만든 새로운 색 같다. 애초 계획대로 흰색이었다면 복잡한 골목 안에서 스스로 과시하는 건축의 욕망이 보였을 텐데, “지금이라도 예산이 허락하면 흰색을 하겠나”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확실한 의도를 밝힌다.
2~3층 외벽은 창문 하나 없이 무겁다. 가까이 다가가 주차장에 다다르니 내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얼핏얼핏 보였다. 인근엔 대부분 밀도 높게 모여 있는 다세대주택들로 서로가 보여서 좋을 리 없고 외벽은 콘크리트 더블스킨으로 채광과 환기를 할 수 있고 내부의 시선은 하늘과 땅만 향하도록 했다. 역시 예산상 더블스킨 사이에 별다른 마감이나 조경은 못했지만 햇빛이 들어오고, 건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눈과 비가 떨어지고 얼음도 얼고, 바람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이 자연 속에 동화될 것이다. 사용자가 입주 이후에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건축가의 인위적인 의도가 배제된 바탕공간으로 건물의 외부 형태나 내부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가장 핵심 요소다. 
보통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거나 에폭시 마감으로 골조에 최소한의 화장을 하는데, 역시 예산상의 이유로 공용 계단실과 홀은 콘크리트 면을 그대로 사용했다. 마감재 선택에 있어 예산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는 집중과 선택을 했고, 이 건물에서 가장 집중도를 뺀 부분이다. 실용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디딤바닥이 거칠어 절대 미끄러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건축가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철제난간은 거친 느낌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
4층에 오르자 바닥 면적은 갑자기 작아졌고 어둠의 공간과 반전을 이루는 태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묵직한 더블스킨을 벗어 던지고 당당히 외부의 빛을 맞이하는 전면 유리창은 아래층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조망을 받아들인다. 도로와 일조사선에 의해 줄어든 탁 틔인 테라스에서 적극적으로 동네를 즐길 수 있다. 위로 갈수록 줄어드는 3개 층을 한 개 층씩 걸어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은 건물의 꼭짓점을 향해 관객의 시선을 옮겨주는 영화의 마지막 씬과도 같다. 하부의 폐쇄감과는 반대로 극도의 개방감을 주는 상부층 테라스는 프레임을 감춘 투명 유리난간으로 절정을 이루고, 2개 층의 무거운 콘크리트 덩어리와 12mm 두께의 얇은 유리판이 아슬아슬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 작업을 진행하며 해결하고, 인내했던 복잡 미묘한 관계의 자초지종을 풀어 놓으며 시종일관 건물에 대한 자긍심을 이어가는 건축가의 말을 들으니, 이 건물은 단순히 ‘디자인’했다기보다 여러 가지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낸 과정의 산출물이다.

조성욱은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조성욱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후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에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에리두로 신진건축사대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자료제공 제이엠와이 아키텍츠 | 사진 윤준환
 
설계: 제이엠와이 아키텍츠(윤재민) 설계담당: 신혁휴, 류광재, 김진수, 박혜진, 이성민, 이연정, 최은지, 최위환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59-8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73m2 건축면적: 155.39m2 연면적: 664.36m2 규모: 지상 6층, 지하 1층 주차: 5대 높이:16.87m 건폐율: 56.92% 용적률: 179.04% 구조: RC구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24복층유리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도장 구조설계: 모아구조 시공: 제이아키브 건설 기계설계: HL설비컨설턴트 전기설계: 대원포비스 설계기간: 2013. 12.~2014. 9. 시공기간: 2014. 10.~2015. 8. 건축주: 미디어엔메세 시공비: 12억 8천만 원 

윤재민은 1971년 경상남도 사천에서 태어났다. 1993년 도불하여 미술, 디자인, 무대미술, 실내건축, 건축, 조경, 도시 분야를 공부하였다. 2006년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하였고 2008년 프랑스건축사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알랭 리야르 실내건축사사무소를 거쳐 필립쟝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했고 현재 (주)제이엠와이 아키텍츠 대표다. 2012년 광주주택으로 광주시 건축상을 수상했고, 5×17 대청동 협소주택으로 2014 건축가협회상 Best7, 월잠리 주택으로 2014 창원시 건축대상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