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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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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07 / 28
사이집

사이집
 
조성욱건축사사무소
 
조성욱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건축도시대학원을 졸업하고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의 다양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2009년에 조성욱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무이동, 사이집, 임소재 등 ‘작지만 작지 않은’ 형식의 다양한 주택 작업들을 하고 있으며, 마포, 후암동 등 서울의 오래된 동네의 작은 대지의 주거 프로젝트들을 통해 최근 늘고 있는 도심형 단독주택의 수요에 부응하는 새롭고 진화된 주거공간을 제안하고 있다. 무이동은 2012년 경기도건축상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SAIJIP unquestionably feels like a ‘home’ despite exhibiting several elements easily associated with that of being ‘modern’, such as the cantilever structure, the white outer walls, or the metallic roof materials.
 
 
Reviewers’ comments
 
Reviewer A
듀플렉스 주택을 구성할 때 중요한 쟁점은 ‘어느 부분을 어떻게 공유하는가’이다. 동시에 각 주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 이 집은 특별히 무언가를 내세우지 않지만 집안 곳곳에 신선한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현관이다. 즉 준공적 영역을 캔틸레버로 처리해 처마를 만든 시도가 좋다.
 
Reviewer B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완결성을 갖추었다. 실내에서 간간이 발견되는 유리로 덮인 바닥은 상하공간을 시각적으로 연결시켜 주고 수직적인 개방감을 주는 효과적인 시도다. 이 때문에 공간이 더 확장되어 보이기도 한다. 또한 계단의 디테일도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세련미가 돋보인다.
 

 
느슨함과 모호함

민우식
(민워크샵 대표)
 
어느새 서판교는 젊은 건축가의 등용문 또는 건축주의 욕망의 분출구 같은 수식어가 어울리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성격, 예를 들면 강남과 가까운 신도시 택지지구이며 좋은 학군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이 상대적으로 젊고 생활수준이 높은 건축주에게 구미가 도는 조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적한 주말 차를 타고 이 동네를 돌아다녀 보면 (걷는 것보다 차를 타고 둘러보게 되는 것도 이 동네의 특징이다) ‘사파리’, ‘자재 박람회’, ‘월드컵 예선전’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큰 고민 없이 쉽고 빠르게 지어진 집을 제외하고 무언가 노력이 들어간 소위 ‘건축가의 손을 탄 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먼저 “나 좀 봐 주세요”라고 외치듯이 제한된 조건에서 어떻게든 튀어 보려고 형태를 꿈틀대고 있거나(아쉽게도 꿈틀대는 것에 그친다) 자재 박람회에서 협찬받은 것처럼 온갖 새롭고 특이한 재료로 발라 놓은 부류가 눈에 띈다. 또 다른 하나는 “나는 이 동네의 잡것들과 섞이고 싶지 않다”고 말하듯 단순한 형태와 절제된 재료로 이루어진 부류다. 그들도 등을 돌린 채 고고한 척하지만 속마음은 역시 ‘나 좀 봐 주세요’라고 하는 듯하다. 건축주의 과시욕과 건축가의 성취욕이 묘하게 겹쳐서 보인다.

조성욱의 사이집은 이 부류들 사이에서 팽팽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 외관부터 주택인지, 갤러리인지 헷갈리는 이 동네의 수많은 단독주택 중에 모던함을 유지하면서 ‘집’에 충실하다. 참 묘한 일이다. 우리가 흔히 ‘모던하다’고 느낄 때 연상할 수 있는 몇 개의 단서들, 가령 캔틸레버 구조, 백색 외벽과 금속 지붕재 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주택은 ‘집’ 같다.

먼저 1층 진입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4.5m에 이르는 캔틸레버다. 하지만 그로 인한 긴장감이나 내・외부 공간의 접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오히려 “이렇게 긴 캔틸레버였나?”라고 반문할 정도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관으로 옮겨진다. 보통 인공조명에 의지하여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남겨지기 마련인 현관 양쪽 세대 모두 조그만 창문을 가지고 빛을 들이고 있다. 현관 안쪽에는 손님용 화장실이 바로 붙어 있는데 이는 남쪽의 마당보다 현관 근처에서 야외활동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건축가가 배치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실내 면적에서 수직적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 조성욱이 선택한 해법은 계단 디테일에 있다. 적절한 쓰임새를 찾기 어려운 계단참에 난간을 없애고 넉넉하게 여유를 마련해 다양한 행태를 유도하고 몇 단 들어 올려진 계단의 하부는 유리로 마감해 최상부의 천창에서 떨어지는 빛을 집 구석구석 들이게 한다. 이 집에서 계단은 수직적 이동 수단임과 동시에 자연광을 제공해 주는 ‘빛의 중심’이다. 또한 채광과 환기를 위해 각 방에 창문을 2개소 이상 계획하려 하였고 창의 크기와 위치가 서로 다르도록 변화를 줬다. 건축가는 겉으로 보여지는 비례미보다는 내부에서의 기능과 분위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이 집의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라고 여기고 있었기에 조금 혼란스럽다. 지하에는 지상과 수직으로 호흡하는 선큰가든이 중앙에 있고 이를 마주한 동서 방향에 세장한 폭의 야외공간이 구획되어 수평의 공기 흐름을 유도했다.

건축가는 이제껏 건축계획의 기본에 굉장히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평면, 입면, 디테일 계획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의아했던 부분은 그가 사이집에서 드러낸 의외의 느슨함과 애매모호함이다. 기초 계획부터 재료 선택, 디테일 계획, 또는 시공 과정까지 조금 더 엄격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으나 마치 ‘나는 그런 종류의 엄격함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무심하게 처리한 것 같은 모습이 의도된 결과라고 넌지시 말하는 듯하다. 앞에서 언급한 입면에서의 창문 배치라든지 또는 박공지붕의 순수한 형태가 옥상의 테라스 때문에 흐트러지는 광경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이런 느슨함과 모호함은 상당히 엄격하고 인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집을 포근하고 편안하게 보이게 한다. 캔틸레버 구조가 긴장감이나 위압감을 조성하기보다는 가족들이 마당에서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금 길고 큰 처마같이 느껴진다. 미끈한 백색의 외관과 지붕 재료의 차가운 물성은 살짝 흐트러진 입면 비례로 인해 단정한 교복을 차려 입은 소년이 단추 몇 개 풀고 편하게 팔소매를 걷어붙인 것처럼 보인다. 위에서 열거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느슨함과 모호함은 이성적이고 치밀한 계획의 결과라기보다는 건축가 개인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처럼 느껴지며, 그래서 이 집을 조금 더 ‘집’이게 한다.
 
 
민우식은 테네시주립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크랜브룩 예술 아카데미에서 건축석사를 취득했다. ㈜민설계, 바우건축 공동대표를 거쳐 현재 민 워크샵 대표이다.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이며, 주요작업으로는 파티오하우스, 오드코너 하우스, Y테라스, 오목렌즈 하우스(Concave Lens) 등이 있다.
 
The tension maintained by the cantilever structure, reaching the length of 4.5m, or the fact that it is an interface between the indoors and the outdoors is not explicitly revealed.
 
 
 
 
 
The hallways of these two family units are both lit up by the light entering through their small windows.
 


땅콩탈출

류성헌(노보아키텍처 대표)
 
 
집을 설계하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지만 시대별 주거 트렌드는 건축가의 의지가 아닌 그보다 더 복잡한 사회 시스템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한국전쟁 이후 대중의 주택에 대한 다양한 요구 사항이 건축가의 손을 거쳐 건축물로 번역됐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2010년대 중반을 관통하는 주택의 흐름과 대중의 요구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전반적인 불특정 다수의 의견이 가장 포괄적으로 집대성된 곳이 아마도 신도시 계획일 것이다. 통상 LH의 주도하에 진행된 신도시 계획은 가장 보편적인 평면의 공동주택과 더불어 단독주택 택지분양이 병행됐다. 각 택지지구는 그 위치와 분양가에 따라 나름의 분위기를 공유하는데 그중 판교 신도시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아파트와 차별화되는 맞춤형 단독주택군이 형성됐다. 그 요구 조건을 형태화시켜 주는 여러 젊은 건축가군이 형성되었는데, 그 중심에 조성욱의 일련의 작업이 자리하고 있다.
 
판교 무이동에 이은 듀플렉스 주택 연작인 사이집은 속칭 ‘땅콩집’의 진화론적 노선 중 한 갈래로 볼 수 있다. 초기 땅콩집에 열광했던 가장 실질적 원인은 수도권 전세금으로 내 집을 가진다는 실용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경목구조를 사용했기에 형태와 재료적 다양성에 분명한 한계를 가진 획일화된 주거군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택지지구 내 다가구주택이라는 형식을 차용한 듀플렉스 주거 형식을 빠르게 정착시켰다는 긍정적 요인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성욱은 무이동을 통해 두 세대의 공유 지점을 마련하는 실험을 한 바 있다. 듀플렉스 형식은 단순한 건축법적인 다가구주택의 한계를 뛰어넘는 두 가족의 생활을 담아냈고, 그는 사이집에서 더욱 정교한 공간 배치와 시선 처리에 대한 시도를 이어나갔다.

사이집에서 드러난 조성욱의 어휘는 수평적으로 다소 협소한 듀플렉스의 단위 주호를 수직적 확장성으로 극복하기 위한 시도이며 이를 빛과 시선의 수직적 소통을 통해 잘 구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적층형 평면 구성이지만 계단과 보이드 공간계획을 적절히 사용하여 각층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마치 우주정거장의 협소한 공간이 무중력이라는 특성으로 바닥과 벽이 구분되지 않아 지구환경의 몇 배로 공간성을 부여하듯 거주자에 대한 심리적 공간 확장을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외부공간으로 나가보면 내부공간에서 보이는 확장성과 별개로 진입부와 공유공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집은 사람과 같아 누구와 사는가에 따라 건축가조차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그 운명이 달라지곤 한다. 듀플렉스 주택의 경우 두 집의 거주자 성향과 상호 간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아마도 두 집의 공용공간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사이집은 매우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주자가 바뀌었을 경우 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문제가 여전히 유효하게 떠오른다. 내부공간의 공유 부분은 인위적인 차단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만, 외부공간의 공유공간은 이미 그 집만의 문제가 아닌 도로를 포함한 주변과의 관계를 가정해야 하기에 진입부를 포함한 외부공간의 긴밀함은 조금 느슨하게 구성해도 좋을 듯하다.

말하자면 주차와 현관을 포함하는 전면 진입공간의 구성이 차후 두 세대의 다양한 관계를 포용할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 단독 택지지구 내 필지분할 제한 규정이 현행 지구 단위 지침대로 유지된다면 듀플렉스 주택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히 발생할 것이고, 더욱 다양한 형태의 구성원들에 대응할 수 있는 외부공간에 대한 고민 역시 깊게 진행되어야 할, 건축가에게 주어진 숙제다.

택지지구의 도로체계와 적절한 내부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써의 대지 내 외부공간 계획은 실질적인 프라이버시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주거에 대한 대중의 요구 사항은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테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성복에 비견되는 공동주택에 비해 맞춤복과 같은 나만의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는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그가 풀어낸 듀플렉스 주택에 대한 고민은 그만의 적절한 대안들로 자신의 집을 찾고자 하는 대중들과 호흡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의 주택 시리즈가 자칫 또 다른 땅콩집 연작과 같은 획일적 양산으로 굳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사이집은 무이동에 이어 듀플렉스 주택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의 출발점이며, 또 그것을 줄기세포 삼아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선순환적 자기 복제와 진화를 거듭해 나가서 주택의 또 다른 전형으로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류성헌은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였고 이후 이탈리아 IUAU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노보 아키텍쳐 대표이며 이태원 골목길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서광리 전원주택, 성산동 인권센터 리모델링, 합정동 D사옥이 있다.
 
 
The architect has successfully achieved such a feat by allowing the path of light and sightlines to extend vertically.
 
 

설계: 조성욱건축사사무소(조성욱) 
설계담당: 김진경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555-1 
용도: 단독주택(다가구주택) 
대지면적: 263.9㎡
건축면적: 128.46㎡ 
연면적: 222.54㎡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높이: 9.98m 
주차: 3대 
건폐율: 48.68% 
용적률: 84.33%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외단열시스템, 스터코플렉스
내부마감: 도장, 원목마루, 노출콘크리트, 무수축 모르타르 
구조설계: (주)쓰리디 엔지니어링 
기계설계: 정인엔지니어링 
전기설계: 대경전기 
시공: 제이아키브 
설계기간: 2013. 5.~2013.10. 
시공기간: 2013.10.~2014.7.
공사비: 약 8억 원 
건축주: 유민권

자료제공 조성욱건축사사무소 | 사진 이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