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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Heavenly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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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Heavenly House스타일별  MAY, 2014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주택을 지어 사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집 짓는 일이 어디 그리 녹록한가. 건축주는 집에서 위로를 받기 위해 주택에 대한 로망을 실현시켰다. 그래서 이 주택엔 행복한 느낌이 드는 ‘헤븐리(Heavenly)’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실, 주방, 서재로 채운 1층은 이 집의 백미. 넓은 공간감 속에서 가구의 선들이 정직하고 매력적인 비례를 이룬 1층 전경이다.

책장을 사이에 두고 서재와 주방이 자리한다. 공간의 구역을 나누는 역할을 하며 수많은 책을 꽂을 수 있는 책장은 디자인적 묘미를 살린 덕분에 아트월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판교 주택단지 14블록 
주택에 대한 로망을 갖는 30~40대의 관심을 모은 판교 단독주택지에 하나 둘 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똑같은’ 크기로 나뉜 필지에 결코 ‘똑같지 않은’ 단독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한 주택단지 14블록에 이영아 씨 부부의 주택이 있다. 주택에 대한 간절한 로망이 있던 터라 더 늦기 전에 주택을 짓기로 마음먹고 판교 주택단지 중 14블록을 접했다. 이 대지를 선택한 까닭은 유일하게 공용주차장이 포함된 데다 초·중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의 학교가 가까우며 앞이 탁 트인 위치가 좋았기 때문이다. 대지 구입 후엔 집을 짓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까지 남편의 거침없는 추진력이 있었다.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집을 짓자고 했을 때 저와 아이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아이들은 학교도 옮겨야 하고, 아파트처럼 편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죠. 그래서 의견 일치를 보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더없이 좋은 환경인 것 같다고 그녀는 인정한다. 문만 열면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무엇보다 자연과 한층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단독주택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니까.

공간에 대한 구성 
경사지에 위치한 대지의 경우 대부분 주차장과 출입구를 아래쪽에 둔다. 하지만 이영아 씨는 주차장을 건물 안으로 들이면서 1층과 어긋난 층고 때문에 생긴 레벨 차이를 AV 룸 그리고 테라스가 있는 작은 정원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해 낭비되는 공간을 최소화했다. 지하 1층과 1층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 2층은 침실로 꾸며 영역은 물론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분리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기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1층 공간. 한 층에 주방, 서재, 거실을 하나로 모았다. 평소 가족이 함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편의 생각이 그대로 투영된 구조인 셈이다. 결국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흐름은 가족의 소통인 것이다. 인테리어 요소는 최대한 덜어내고 오로지 구조만으로 공간감을 살리는 데는 기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집에서 기둥은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체이며 독립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요소이다. 기둥은 선이 주는 요소로 드라마틱하게 자태를 뽐내기도 조용히 침묵학기도 했다. 기둥이 이 효과를 내는 데는 천장의 역할도 한몫하고 있었다. 천장의 구조물을 감추기보단 의도적으로 드러내면서 천고를 높이니 체감 공간이 넓어 보이고 공간감이 훨씬 강조된 것. 
“예전부터 집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건축가와 계속 대화했지만 이 집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 부부의 생각이 투영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죠. 모던하면서도 건축적인 재미가 느껴지는 공간을 위해 조명 하나 도어 하나 심지어 소파까지도 발품을 직접 팔아 공간의 구조와 컬러를 고려해 선택했어요.”
이 집에는 창 하나도 같은 크기가 없다. 저마다 바라보는 전망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창은 모두 통창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풍경을 감상하고, 2층에선 마치 액자 밖으로 풍경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창을 냈다.

01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주거 형태를 바꾸는 데 고민이 많았다는 건축주.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주택에서 사는 삶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02 공간에서 기둥은 선적인 요소로 드라마틱한 자태를 뽐낸다. 천장의 그레이 컬러와 맞추기 위해 선택한 소파, 그리고 두 요소의 완충제 역할을 해주는 딥 그린 벽면이 어우러져 세련된 묵직함을 준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그곳에서도 가족의 소통은 계속 이어진다.

자재에 관한 고민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주의 취향을 반영하는 데 자재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외관의 경우 외따로 위치한 전원주택이 아니라 마을 단위의 주택이므로 이웃과 맞닿은 집이 주변을 제압하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외관은 유백색 톤의 도장으로 심플하게 마무리했다. 실내는 티크, 콘크리트 타일, 나왕 각재를 주요 자재로 사용했다. 상반된 질감의 콘크리트와 나무가 일체를 이루면서 공간에 재료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내고자 한 의도였는데 차가운 인공의 느낌 대신 조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결과를 낳았다.“각목을 일일이 붙여 패턴을 만들었어요. 콘크리트를 곳곳에 썼는데 일종의 타일 종류로 물이 닦이고, 쓸려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멋스러워요. 티크 목재 역시 곳곳에 적용했는데 같은 티크 목재라도 광이 덜 나 한결 고급스럽죠.” 이재하 건축가의 말이다. 마감재 선택에서 특별히 무게를 둔 것은 기능보다 미적 효과와 내구성이었다. 천장은 포장하지 않고 건축의 뼈대를 노출시켜 단순화하고, 스케일감을 키운 덕분에 자재의 매력이 돋보이는 공간으로 연출된 것이다.

01 작은아들 지민이의 방. 아이들 방을 모두 2층에 배치하면서 박공지붕 라인이 살 수 있도록 천장 구조물을 드러내 공간을 확보한 덕분에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02 화장실 밖으로 만든 파우더 룸. 길게 뻗은 티크 목재로 패턴을 준 벽면이 공간에 스케일감을 더한다. 티크 목재 가구 위에는 자연석의 속을 파서 제작한 돌 세면대를 올려 마무리했다.
03 취미를 위한 독립 공간인 AV 룸에선 전문 상영관 못지않은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온 가족이 모여 영화를 즐긴다. 시멘트 벽돌 타일과 낙엽송 판재가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 
대지를 매입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집을 실현해줄 건축가를 찾는 일. 건축가를 알아보던 중 판교에서도 유명한 이재하 건축가를 만나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첫 만남에 그동안 준비한 일명 ‘가족 소개서’를 들고 나섰다. 장장 A4 용지 15장에 이르는 가족 소개와 라이프스타일을 총망라한 기록물을 건넨 셈이다. 건축주는 내내 가족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할 수 있는 건축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가족에 대한 이해가 분명한 건축가라야 공간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건축가는 건축주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 기록물을 통해 그들의 움직임을 예상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일상을 깊이 고민하고 삶의 변화까지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건축주와 이재하 건축가는 생각의 폭을 쉽게 좁혀 나갔다. 그 덕에 집을 하나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장애물과 예민한 문제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무수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임에도 그들은 지금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건축을 이해하는 건축주와 생활을 이해하는 건축가가 만나 완성한 주택. 비로소 ‘집 다운 집’이 완성되었다.

01 창밖을 향해 길게 뻗은 책상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책도 읽고 컴퓨터도 한다. 온 가족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02 현관 입구에서 보이는 계단은 지하 1층부터 옥상에 이르기까지 3차원적인 움직임과 함께 공간의 연계성을 준다. 
03 2층에서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끝에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지붕 없는 거실인 ‘옥상’이 시원하게 자리한다.

04, 05, 06 이영아 씨는 직접 조명 대신 간접 조명만을 선택했다. 디자인 조명을 공간에 불을 밝히는 용도가 아닌 오브제로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07 가족의 침실이 모여 있는 2층 복도. 한쪽에는 입체적으로 벽을 내 수납공간이자 책을 꽂는 책장을 짜 넣었다. 
08 현관에서 AV 룸으로 이어지는 복도. 손이 닿을 만큼 낮은 천장에는 나왕 각재를 일일이 이어 붙여 선의 미학를 살리고, 나무의 온기를 전하는 효과를 줬다. 지하 1층은 완벽한 차음과 흡음 시설을 갖춘 AV 룸과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완성했다. 컬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준 딥 그린 컬러를 사용한 수납장이 공간감을 준다.

Editor김지영

Photographer이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