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Le Cube Blanc

본문

Le Cube Blanc하우징  SEPTEMBER, 2013판교의 단독 주택 필지에 지은 화이트 큐브 주택은 건축가로 일하는 아버지와 딸, 화가인 어머니가 서로의 필요조건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고 건축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집이다. 주택 내부에 엘리베이터는 물론 전동으로 움직이는 각종 설비를 갖춰 노후의 삶까지 고려한 호텔처럼 살기 편한 집 

르 큐브 블랑의 외관. 높고 단단한 육면체 형태로 마치 개미가 땅을 파서 집을 짓듯 육면체 안을 비우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01 미니멀한 파사드와 창의 리드미컬한 배치가 돋보이는 측면의 모습.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의 모습이 보인다.?
02 도로에서 바라본 르 큐브 블랑의 외관.?03 작게 낸 사각 창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빛을 실내에 충분히 끌어들이는 2가지 역할을 한다.

화려한 이력의 건축가와 독특한 화풍으로 자신의 세계를 캔버스에 옮기는 화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순조·이영희 부부는 강남의 주상 복합 아파트에 살다가 어떤 경험을 계기로 주택을 짓기로 결심한다. 서울 외곽이지만 교통이 편리해 서울로 접근성이 뛰어나며 모던하고 개성 있는 카페 거리와 운치 있는 하천을 끼고 있는 판교는 도시형 주택을 원하던 부부에게 적합한 필지였다. 건물을 설계하고 집을 짓는 일이 업인 건축가라 한들 자신의 집을 설계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집은 건축가가 자신의 여생을 위한 집으로 설계해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루버와 주택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인텔리전트한 설비를 갖췄다. 뿐만 아니라 현직 건축가인 아버지와 딸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듯 집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설계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화가인 어머니도 자신의 의견을 보탰음은 물론이다. 건축주를 의식하지 않고 건축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좋은 기회라 여긴 건축가 부녀는 집 안 곳곳에 실험 정신을 발휘했다. 집의 외관은 ‘르 큐브 블랑(Le Cube Blanc)’이라는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폭 9m, 길이 13m의 백색 육면체인데, 마치 개미가 땅을 파서 집을 짓듯 ‘비움’을 통해 공간을 창조했다. 높고 단단한 장벽으로 둘러싸여 다소 폐쇄적인 육면체 집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영향을 받은 아버지의 건축 스타일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틀 안에서 자유롭게 작은 창을 배치한 집의 측면을 보면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런던 및 베이징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며 자유롭고 열린 시각을 배운 딸의 건축 스타일도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지 비용이 들지 않는 제로 하우스
건축가 부녀는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주택 설계에 반영했다. 이를테면 개별 부실의 층고를 다르게 설계해서 화려한 인테리어 마감재나 소품을 쓰는 이상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준 것. 화가 이영희의 작업실이 있는 지하 1층은 메자닌 구조로 디자인했고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 수납 전용 창고를 만들었으며 3층은 박공지붕 모양을 살린 낮고 아늑한 다락으로 설계했다. 주택 내부로 들여온 주차장과 주방 사이의 통로는 2층 높이의 중정을 배치했다. 부녀는 주택 유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을 특히 고민했다. 단열은 철저하게 신경 썼으며 창을 낸 건물의 외벽에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루버를 설치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이중 삼중으로 에너지의 손실을 방지했다. 창호와 계단의 배치 역시 효과적인 단열을 고려한 결과물이며 태양광 발전기를 옥상에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 태양광 발전기에 축적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송신한 뒤 실제 사용량을 제하는 방식으로 전기료를 측정하는데, 폭염으로 고생한 지난달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고서도 전기료는 0원이라는 가벼운 고지서를 받았다.

01, 02 1층 현관에서 바라본 거실과 주방의 모습.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면에 보이는 흰 수납장은 천장의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공간을 분할하는 벽이자 수납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03 가벽이 거실 쪽으로 완전히 이동하면 보다시피 거실과 주방은 열린 공간이 된다. 
04 아일랜드형 주방 왼편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다.

01, 03 메자닌 구조로 설계한 지하 스튜디오는 화가 이영희의 작업실이다. 중층에는 책장 및 소파를 놓아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환기가 어려운 지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공기를 실내로 유입해 환기시키는 장치와 큰 사이즈의 작품을 지상으로 바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설비도 완비했다.?
02 블루 톤의 색감과 의자를 하나의 캔버스 안에 담는 화가 이영희의 작품.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방을 배치한 구조가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1층은 손님을 초대했을 때를 생각해 융통성 있는 구조로 주방과 거실만 배치한 대신 2층에는 좀 더 프라이빗하게 작은 거실과 침실을 배치했다.?

호텔처럼 디자인한 주택
주택 전용 엘리베이터,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외벽의 루버와 천창의 블라인드, 천장의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전동식 수납장까지 르 큐브 블랑에는 신기한 설비가 많다. 특히 1층은 모든 설비가 집약된 곳으로 TV와 오디오, 프로젝터까지 구비하고 있다. 주방과 거실을 분리하는 벽인 동시에 전동식 수납장은 융통성 있게 공간을 활용하고자 한 가족의 욕구가 반영된 부분이다. 화가 이영희의 커다란 작품이 여럿 걸려 있는 갤러리형 거실은 때때로 손님을 맞이하는 파티 룸으로 변신한다.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방을 배치한 점과 방마다 욕실을 설치했다는 사실도 이색적이다. 평일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마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듯 집을 나선다. 주말에는 정원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곁들인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저마다 꼭 필요한 공간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집에 오랜 시간 머무는 생활은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장점이다. 주택을 편리하게 쓰기 위한 궁리가 미적인 요소를 해친다면 그 결과물은 건축이 아니며 단순히 유용한 것을 모아둔 것에 불과하다고 건축가 필립 존슨은 말했다. 생활의 편의를 보장하면서 기능적이고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집, 르 큐브 블랑은 바로 그 명언에 충실한 집이다.?설계?이순조·이경은

01 주차한 차 앞으로 보이는 문은 주방으로 연결된다. 주방과 정원 사이의 서비스 통로는 2층 높이의 중정으로 설계했다.
02 면적이 좁고 제한적인 필지의 특성상 건물은 폐쇄적인 육면체 형태로 설계했지만 담장 역할을 하는 나무를 심고 그 사이로 주말 바비큐를 위한 야외용 테이블을 놓았다. 
03 반실내 공간인 2층의 데크. 리드미컬한 사각 창이 햇빛을 풍부하게 끌어들인다.?

건축주이자 건축가인 가족의 조언
주택을 설계할 때 유지 비용이 얼마나 들지 미리 고려해야 합니다. 단독 주택을 기피하는 이유를 물으면 흔히 돌아오는 대답이 주택은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주택을 보수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여름의 전기료, 겨울의 난방비는 아파트에 비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일 때가 많으니까요. 이 집을 설계할 때 유지 비용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단열은 물론이고 단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단과 창호의 배치까지 고민을 거듭했어요. 저희는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어요. 초기 비용은 꽤 많이 들었지만 성남시와 에너지 관리 공단에서 일부 금액을 지원받았고 지금은 유지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서 아파트보다 오히려 관리비가 적게 듭니다.
위치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건축 면적 117m²?연면적 350m²?구조 노출 철근 콘크리트?외부·내부 마감 노출 콘크리트

Editor정수윤

Photographer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