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 Corner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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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체 모서리 집과의 첫 만남
오드 코너 하우스를 알게 된 것은 지난가을이었다. ‘파티오 하우스’로 조명받았던 바우건축의 민우식 소장이 독립해서 차린 민워크샵에서 곧 첫 번째 집을 오픈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외관만 보면 주택인지 갤러리인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이지만, 실내는 개방감을 최우선으로 설계한 파티오 하우스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터라 이번 작업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마음에 판교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골목 끝까지 들어가 모퉁이에 있는 하얀 집입니다.” 도착하니 역시나 의외의 곳에 창문이 있고, 면과 모서리가 굉장히 많은 건축물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오드 코너 하우스. 입주 전이라 실내 공간은 텅 비었지만, 사방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간접 조명이 어우러져 낯선 이도 따스하게 맞아주었다.
건축가와 건축주의 만남
“어느 날 젊은 건축주가 사무실에 찾아왔어요. A4 용지 6장 분량을 꽉 채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보고 대지를 방문하니 방향이 좋지 않은 모서리 땅이었지요. 더구나 직각으로 교차하는 부분이 2지점밖에 없는 그야말로 기묘한 모양의 5각형 대지였어요.” 독특하게 생긴 땅에 경사까지 제법 있는 곳. 정석대로 가느니 차라리 대지에 맞춘 기묘한 형태의 집을 짓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격한 형태를 좋아하지도 않고, 주택 건축에서는 좋은 접근 방식이 아니라 모서리를 다듬는 방향으로 정했다.
01 건물은 부엌과 거실을 기준으로 크게 두 동으로 나누고, 바깥쪽과 달리 안쪽은 창문을 과감히 냈다.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마당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모서리와 경사면을 수용한 결과.?
02 외부 어떤 방향에서 보아도 형태가 제각각인 것이 오드 코너 하우스의 특징.
03 2층 다락방 쪽으로 난 커다란 창문 외에 크고 작은 창문으로 빛을 받아들인다.?
04 실내 작업실에서 본 천창으로, 하루 종일 빛이 들어와 공간에 표정을 입힌다.
대지에 순응하는 건축 방식
민우식 소장의 건축 특징은 주어진 대지의 경사를 그대로 살리면서 채광과 디테일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다. 대지의 높낮이를 살리되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층을 낸다. 주방은 미끄러지듯 경사면을 내려가고, 거실은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는 독특한 구조가 여기서 시작되었다. 45cm에서 60cm 사이의 높이 차는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천장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난 구조로 어른과 아이 모두가 만족하는 집이 완성되었다.
빛으로 인테리어 집
길모퉁이에 자리 잡은 오드 코너 하우스는 북향인 동시에 다른 집들에 둘러싸여 있고, 집 앞으로 커다란 도로가 나 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채광창이 필요했는데, 외벽에 바로 내는 일반적인 창이 아니라 건물의 ‘틈’으로 들어와서 빛을 품는 형상이길 원했다.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면서 빛을 받아들이는 천창과 분리된 건물 사이의 세로 창은 북향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밝고 운치 있는 집을 만들어준다.
01 현관으로 들어오면 4갈래 갈림길이 나온다. 각각 거실로 내려가는 계단,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부엌으로 가는 경사면, 유일하게 평평한 미니 작업실로 이어진다.?
02 천장보다 낮게 세운 벽면 뒤로 미니 작업실을 두었다. 하늘과 연결되는 천창을 통해 온종일 자연광이 집 안을 화사하게 비춘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주방 설계
오드 코너 하우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을 꼽으라면 주방이다. 면적에 비해 주방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데 처음부터 건축주가 의도했던 바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식사하는 공간이 아닌, 엄마와 아이들이 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픈 키친 겸용 공간. 그래서 오픈 키친 앞으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또 주방 한쪽 벽면은 통창이어서 주방과 정원을 이어준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아이들이 정원을 오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오픈 키친을 이용하지만, 한식처럼 음식 냄새가 오래가는 요리를 만들 때는 유리문 밖에 마련한 서브 키친을 활용한다.
해외 서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주방
집을 지을 때는 세세한 인테리어나 데커레이션에 매달리기보다 구조와 마감재를 활용해 집을 디자인하는 커다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건축가의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건축주가 자신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건축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주방의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건축주는 국내외 키친 인테리어 서적이란 서적을 두루 섭렵하면서 꿈에 그리던 완벽한 주방을 완성해나갔다.
01 오픈 키친 형태의 메인 주방과 분리된 공간으로 마련한 서브 키친.
오드 코너 하우스의 다이내믹한 2층 구조
대지의 편차를 수용하면서 쌓아올린 오드 코너 하우스의 구조적 특징은 2층에서도 나타난다. 계단으로 2층까지 올라왔는데 아이들 방으로 가려면 계단 3개를 더 올라가야 한다. 몇 걸음 차이는 나지 않지만 미로를 헤매는 것처럼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계단을 오르내린다. 2층에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공간은 수많은 책을 수납하는 서재이자 아이들의 놀이방이고, 집에 손님을 초대한 날에는 문을 닫아 게스트 룸으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침실은 쉬는 용도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공간을 적게 내고, 대신 침실에 딸린 욕실과 드레싱 룸을 넓게 사용한다. 욕조 천장에도 천창을 달아 시시각각 다른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천창에 하얀 눈이 쌓이는 모습까지 보인다.
건축가 민우식은 “건축이란 좋은 재료로 아름다운 디테일을 만들고, 거기에 빛을 더함으로써 완성된다”는 건축학 개론의 문구를 좋아한다. 좋은 디테일은 언제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건물 외벽에 방충망과 방범 시설, 그리고 내부의 롤스크린까지 전부 기능적으로 설치하면서 보기에도 좋은 디테일로 완성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01 칠판페인트로 마감한 슬라이딩도어로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02 경사지고 편차가 있는 계단이지만, 미로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최고의 놀이 장소다.?
03 온종일 화사한 햇살이 쏟아지는 욕실의 천창.
꿈을 키워줄 다락방 공간
어린 시절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다락방을 떠올리며 만든 아이들의 공간. 천장이 낮은 다락방은 2층 제일 끝 방의 독특한 구조를 활용한 것이다. 외관 한쪽 면이 비스듬히 올라간 독특한 공간을 복층으로 분리해 오픈형 다락방을 만들고, 모서리 부분은 비스듬히 잘라 바깥 풍경이 내다보이는 유리창을 만들었다. 지금은 놀이 공간으로 사용하지만 다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작업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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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이새미
Photographer신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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